당신의 집은 어디인가

 

나는 95학번 관광전공
남편은 94학번 컴퓨터공학전공

한국 도시 여자가
캐나다 동부 끝 뉴펀들랜드 섬 남자를
만나서 부부가 되었고
그 중간 지점인 캐나다 BC에 정착을 했다

과연 나는 어떻게 캐나다에 살게 되었을가

모든 인연은 이유가 있고
그 인연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 나는
지금 내가 캐나다에 살고 있는 이유는
처음부터 정해진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1996년 봄

한국에서 대학 1년을 다니다가
영어공부를 위해 휴학을 하고
당시 종로 어학원에서
하루 6시간씩 하는 풀타임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제대로된 영어공부를 하게 되고
더 넓은 세상에서의 유학을 꿈꾸었었다.

당시에 친정 아버지는 유학을 가더라도
한국 대학교 졸업장을 받고 가라고 하셔서
그때까지만 해도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착한 딸이었기 때문에 곧바로 떠날 수 있는
유럽여행을 한달간 혼자 다녀왔다.

1997년 봄

한달동안 홀로 떠난 유럽 배낭 여행은
20살 한국에서의 내 인생 최대의 전환점이 되었다.

친정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단 대학교로 복학을 하고
오로지 영어공부를 목표로

대학교 4학년까지 버티다가 대학교 4학년이 되면
취업을 할 수 있고
취업을 하면 학교 출석이 인정된다는 사실에
무조건 조기 취업을 했다.

중국에서 자석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작은 무역 회사였는데
2년 동안 다니면서
중국어에도 욕심이 생겨서
종로까지 아침 중국어 학원을 다녔었던 열정의 시간

하지만
중국 바이어들을 만나는 중국 출장에는
여자라는 이유로 함께 갈 수 없다는 사실에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을 받아
캐나다 토론토로 어학연수를 결정했다.

2001년 가을

처음으로 캐나다 토론토 대학을 방문하고
토론토 대학 부설 어학원에서 영어 공부를 하면서
그동안 꿈꾸었던 유학의 꿈을 잠시 경험해 보았다.

현실적으로 캐나다 토론토에서의 6개월은
더이상 내가 있어야 할 곳이 한국이 아니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게 되었고

2002년 봄

2002년 월드컵 개회식에 맞춰서
국가적인 행사에 평생 한번은 참여하고 싶은 마음에
한국으로 일단 귀국을 했다.

2002년 월드컵 개회식 행사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3년을 연애하면서
잠시 결혼을 꿈꾸다가 남자친구와 헤어지면서
영어 강사라는 새로운 직업을 시작했다.

2006년 봄

지금의 남편을 같은 영어 학원 강사로 만나
3년동안 대전과 부천을 오가는 장거리 연애 시작

2009년 6월

캐나다인 남편과 한국인 아내가 되었다.

결혼 할 당시부터
나는 캐나다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했지만
한국에서의 삶이 불편하지 않았던 남편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오래 버티었다.

2013년 7월

막내딸 임신 6개월의 몸으로
가족 모두가 캐나다 BC 이주

그토록 바라던 캐나다의 삶을
36살에 세남매와 함께 시작하게 되었다.

2018년 봄

4살, 6살, 8살
세남매를 키우고 있는 지금의 나는
여전히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울고
한국 노래를 따라부르고
한국 음식을 먹으며 행복해 하는
한국 아줌마이다.

캐나다에서의 삶은
겉으로는 평화로운 천국의 모습이지만
속으로는 끊없는 무한 도전의 연속이다.

그동안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서
보여진 천국같은 캐나다의 삶과 정반대로

현실적으로 많은 이민자들 뿐만 아니라
현재 캐나다를 살고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고민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고 싶다.

어디에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캐나다에서도 행복하기 어려운 현실

그 어디에도 이상적인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고
그저 우리가 살고 있는 그곳이
나와 내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집이기 때문에

당신이 지금 있는 바로 그곳이
당신의 파라다이스

이제 유목민의 마음을 접고
캐나다 작은 마을 엘더그로브에 정착하여
나만의 집이 생겼다.

Published by

dangli

캐나다 벤쿠버 광역시 시골마을에서 삼남매 키우는 한국 아줌마입니다.

4 thoughts on “당신의 집은 어디인가”

  1. ^^ 같은 공통분모가 있네요~~
    저도 95학번입니다
    직업도 여러가지 하다가 지금은 영어강사ㅋ
    “내일의 삶보다 오늘의 삶의 집중하고 행복하자”가 저의 삶의 방향
    항상 행복하세요♥♥♥

  2. 안녕하세요. 살짜쿵 저만 이웃신청해 놓고 보고 있다가 이곳까지 들어오게 되었어요. 전 96학번인데요.^^ ece선생님으로 남편은 공부로 bc주 섬으로 갈 계획만 있는 아이둘 엄마지요. 진솔하게 삶을 나눠주신 글을 보며 말씀하신대로 내가 있는 곳이 파라다이스라고 하신게.. 저희도 또 다른 도전과 꿈을 위해 캐나다 행을 계획했지만 마냥 파라다이스는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더 준비하고 또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넘 낙담말자 생각해 봤어요. 아직은 캐나다가 제 삶의 터전이 아니라 멀게 느껴지지만 언제가는 또 내 삶으로 느껴질때가 오겠네요~

    1. 좋은 곳으로 가시네요;)
      아직 저는 안가본 BC섬지역이라
      생각만해도 낭만적이예요

      한국의 삶이 팍팍해도
      얼마나 편한 삶인지

      캐나다 살면 뼈저리게
      느끼게 된답니다

      준비 잘하시고
      건강하게 캐나다에서 만나요~^^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