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에 만나 마흔이 넘은 인연

1996년 대한민국 서울 종로는 나에게 전부였던 때가 있었다. 인터넷 이전에 나우누리와 하이텔같은 모뎀 통신을 하던 그 시대는 작은 모니터 속 세상처럼 미래를 알 수 없던 깜깜한 19살 대학교 1학년 늘 좀 더 넓은 세상을 꿈꾸었던 시절.

대학교 2학년 휴학을 하고 종로 ESL에서 하루 6시간씩 하는 Intensive Course를 들으면서 대학생활 대신 영어에 내 전부를 올인하고 만난 친구.

스물살에 만난 우리는 어느덧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미국과 캐나다 서부지역 이웃으로 만나게 되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만들어냈다.

지나온 20년 세월은 스무살 아가씨를 엄마로 만들었고 이제는 같은 부모의 마음,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하는 이방인의 마음으로 친구에서 가족같은 동지애가 느껴지는 마흔 넘은 아줌마가 되었으니 2박 3일 친구의 방문은 서로에게 힐링이 되는 추억여행, 네버엔딩 수다!

Cultus Lake 해변과 호수 경계에 걸쳐져 있는 쓰러진 고목을 보면서 지금 우리가 엄마로서 버티고 있는 이 삶의 무게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를 버리고 자식을 온전한 성숙된 하나의 인간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꽃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나를 활용해야하는 나무의 일생과 같으니 방파제 처럼 모든것을 막아내야 하는 엄마의 역할은 늘 끊임없는 무한도전의 연속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산처럼 쌓인 5명 빨래를 세탁기 돌리면서 20년 전 나를 위해 나무가 되어 주신 엄마 아빠도 생각나고 이제 내 가족을 위해 빨래를 하고 있는 내 삶이 돌고 도는 우리네 인생과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난다.

7월 첫째주! 미국과 캐나다의 황금연휴가 끝나고 세남매와 함께 하는 여름방학이 또다시 3주간 여름방학 캠프가 시작되는 월요일부터 엄마로서의 본분을 다해야 하는 의무가 시작된다.

휴가끝! 직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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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gli

캐나다 벤쿠버 광역시 시골마을에서 삼남매 키우는 한국 아줌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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