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면의 추억

2013년 캐나다로 이주하기 전까지 한국에서 대부분 외식을 자주해서 요리도 제대로 못하는 아내였던 내가 캐나다에 살면서 무조건 삼시세끼 만들어 먹어야하니 유튜브를 요리선생님 삼아 이제 제법 요리 어느정도 하는 아내로 캐네디언 남편이 인정해주는 정도가 되었다.

2005년 한국에 영어강사로 처음 근무할 당시, 영어학원 근처 김밥천국에서 삼시세끼를 해결하던 젊은 캐네디언 남편은 매일 김밥 한줄 먹으며 돈을 모아 캐나다 현지 학자금 대출을 갚고, 대출의 늪에서 벗어나자마자 조금씩 김밥천국의 다양한 메뉴에 도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어느날 처음으로 비빔밥을 주문했는데, 어떻게 먹는지 몰라서 밥위에 올려진 야채들을 젓가락으로 반찬처럼 집어먹는 모습을 보고 기가 찬 김밥천국 아주머니가 비빔밥의 먹는 방법을 알려주셨다는 일화는 캐네디언 남편이 한국 음식을 먹을때 마다 자주 등장하는 추억담 중 하나이다.

여름이면 별미로 만들어주는 쫄면을 먹을때면, 쫄면 위에 반만 잘라서 나오는 삶은 계란이 아까워서 그 반 나오는 삶은 계란을 다시 반으로 잘라서 중간에 한번 먹고 마지막으로 남은 삶은 계란을 먹었는데 그 계란을 다 먹고 나면 얼마나 서운했는지 눈물젖은 반쪽 삶은 계란 이야기 때문에 쫄면을 만들때 미리 계란을 넉넉하게 삶아서 남편에게 준다.

누가 들으면 이게 무슨 전쟁 시절 이야기냐 보릿고개 이야기냐 하겠지만 그렇게 캐네디언 남편의 한국 생활 첫해는 모든것이 낯설고 무조건 돈을 아껴서 학자금 대출금을 갚아야 했던 평범한 흙수저의 삶이었던 것이다.

2005년 당시 캐네디언 남편이 일년동안 김밥천국 김밥 한줄로 끼니를 해결하고 고생한 덕분에 2006년부터는 한결 여유롭게 연애를 시작하고 점점 살림이 나아가는 것처럼 보였는데 2009년 결혼할 당시부터 한국을 떠나기 전 2013년까지 너무 잦은 외식이 돌이켜 생각해보면 최악의 지출경비 실수였던 것 같다.

캐나다로 이주한 2013년 가장 힘들었던 것이 바로 삼시세끼를 직접 만들어 먹어야 한다는 점이었는데 그동안 한국에서 얼마나 음식지출비용이 컸는지 외식하는 습관을 바꾸는데 꼬박 3년이상 걸린것 같다.

삼남매와 함께 5인가족이 되고 보니 1회 외식비용이 보통 레스토랑에서는 백불정도가 나오는데, 맥도널드에서는 30불 정도가 나온다. 하지만 맥도널드에서 기름진 음식을 먹고나면 바로 화장실에 가야하는 경우가 많아서 요즘음 최대한 집에서 집밥을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날씨가 더워지면 생각나는 쫄면의 추억 때문에 자여스럽게 쫄면을 만들고, 남편과 함께 쫄면을 먹다보면 또다시 상기되는 2005년 우리 젊은날의 한국 김밥천국 추억 이야기는 지금 삼남매는 절대로 공감할 수 없는 한국인 엄마와 캐네디언 아빠만의 한국에서의 사랑이야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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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gli

캐나다 벤쿠버 광역시 시골마을에서 삼남매 키우는 한국 아줌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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